한남대교 남단~강남역 광고물 밝기 측정
남산에서 본 한남대교 모습. 3km 떨어진 곳에서도 영상 전광판의 강렬한 빛을 확인할 수 있다. 크로스필터 사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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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공해(Light pollution) 유튜브 동영상 (바로가기)
과도한 인공조명으로 서울의 빛공해가 심각하다. 강남대로에 설치된 영상전광판은 기준치를 최대 18배, 일부 장식조명은 270배를 넘었다.
한국일보 사진부 기획팀이 홍승대 건축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강남역사거리까지 3㎞ 구간에서 대형 옥외 광고물의 밝기를 직접 측정한 결과 영상전광판 17개 중 15개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빛공해 방지법)에서 정한 상업지구 허용기준(㎡ 당 1,500칸델라)을 초과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평균 기준치의 8배였다. 강남구에서 설치한 영상정보판인 미디어폴조차 기준치의 17배 이상 밝았다. 민간 업체의 간판 19개 중 기준치를 지킨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나마 오차범위를 감안해 분석 결과에서 10%를 뺀 값이라고 홍 교수는 밝혔다.
밝기 변화가 심한 영상광고판은 운전자들에게 위협적이다. "번개처럼 번쩍번쩍하는데 안 볼 수 있나?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적응하려면 한참이 걸려요." 서울 강남역에서 대기 중인 택시기사 이모(59)씨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눈이 아프다고 말한다. 부근에선 300㎡, 156.6㎡짜리 대형 영상전광판이 쉴 새 없이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주천기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야간에는 동공이 확대되기 때문에 잠깐의 강한 빛에도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일 고려대 의대 교수도 어린이의 경우 빛공해로 인한 수면장애가 성장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야간에 과다한 빛에 노출된 지역의 여성이 그렇지 않은 지역의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률이 73% 높다는 이스라엘의 연구결과도 있다.
환경부와 서울시의 의뢰로 김정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지역 300곳을 조사했을 때도 장식조명의 경우 73%, 공간조명 65%, 광고조명 31%가 기준치를 넘었다. 김 교수는 "광고물이 새로 생길 때마다 기존의 것보다 더 밝아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광고물이 늘수록 도시가 밝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빛공해 방지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됐지만 단속이나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 실행의 전제 조건인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지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나날이 밝아지는 도시는 더 이상 자랑스런 문명의 상징이 아니다. 탁해지는 대기처럼 문명의 대가일 뿐이다. 빛에 오염된 도시의 밤은 별을 찾는 즐거움을 앗아가고 여름철 한밤중까지 매미를 울게 만든다. 어둠과 적막, 밤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다같이 밝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어두워져야 한다. 이것이 생태 친화적이고 에너지 낭비를 막는 길이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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